직급체계 개편 결국 변화관리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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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체계 개편 결국 변화관리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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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직급체계 개편 후 구성원들이 불편해하거나 외부 미팅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다시 회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개편된 직급체계보다는 운영과정에서 변화관리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직급체계 개편이라는 큰 산을 넘고서도 과거로 다시 회귀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를 알아보고 해결방안을 고민해보자.

매년 약 550여개 회사가 머서코리아에 직무-임금정보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임금을 시장정보와 직무가치에 의해 결정하는 외국계 회사들이다. 필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CEO와 접할 기회가 많은데, 이들의 열이면 열, 백이면 백이 꼭 한 번씩 묻는 질문이 ‘도대체 사-대-과-차-부(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이다. 신임 CEO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부임 후 일정기간이 지난 CEO는 그 존속여부를 고민하며 결정하기 위해 묻는다. 사실 ‘사-대-과-차-부’는 일본 기업의 관행에서 유래된 것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인들은 이를 특별히 ‘한국식 호칭제도Korean Title’란 명칭까지 붙이며 매우 어색하게 여기곤 한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경영자들의 눈에도 사-대-과-차-부의 호칭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옷으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비임원 직급을 3~4단계로 축소하고, 호칭을 다변화하는 모습이 그 반증이다. 전 직급에 걸쳐 프로, 매니저, 님 등의 동일호칭으로 전환한 기업들도 있고, 단순화된 직급에 따라 선임-책임-수석 등의 경력이나 역량단계를 나타내는 호칭으로 전환한 기업들도 있다. 그렇다면 왜 ‘사-대-과-차-부’ 체계는 외국 경영자들의 눈에는 낯설고, 한국 경영자들의 눈에도 더 이상 유효하기 않게 인식되기 시작했을까?

왜 '사-대-과-차-부' 는 조직의 장애요인이 됐나

사-대-과-차-부는 사실 직책, 직급, 직위 의미를 모두 혼용해 담고 있다. ‘과課’, ‘부部’ 와 같은 조직단위에 대응한 직책의 의미도 있고, 급여수준을 결정하는 직급 혹은 세부 직급의 묶음의 단위로 쓰이기도 하며, 조직 내 개인의 위계나 서열을 나타내기도 한다. 작금의 경영환경 변화, 이에 대응한 조직관리 방식의 변화는 직책, 직급, 직위 3가지 측면 모두에서 ‘사-대-과-차-부’가 장애요인이다.

첫째, 국내 다수의 기업들이 팀제로 전환 중이다. 팀제하에선, 더 이상 ‘과’ 도 ‘부’도 없다. 즉 과장도 부장도 직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팀원, 팀장, 부문, 본부, 그룹등의 팀 이상의 상위 조직이 있다면 본부장, 부문장, 그룹장 등이 존재한다. 굳이 존재하지도 않는 직책을 익숙함을 이유로 계속 호칭으로 사용하거나 보상 직급으로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많은 혼란을 야기하며, 무엇보다 관리자의 책임경영, 직원의 전문성과 경력개발에 혼선을 준다. 호칭은 사회적 신분보다도 그 사람이 하는 일의 영역, 그 사람이 맡은 조직관리 권한과 책임의 정도를 나타내 주는 역할이 우선이다. ‘김 부장’이 시사하는 바는 대략 40대 중반~50대 초반이라는 나이 정도나 짐작하게 해 줄뿐,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한다. ‘마케팅기획팀장’이 주는 의미는 마케팅에 전문성을 가지고, 팀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전문성과 리더십에 관련된 보다 분명한 정보를 제공한다. 서구기업에서의 호칭은 당사자의 이름이나 직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국내에서도 근속이나 연공에 근거한 보상에서 역량수준이나 맡은 바 직무에 근거한 보상으로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직무평가나 역량 평가 결과를 근거로 체계적 보상단계Pay Grade, 즉 직급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직무가치 평가를 근거로 직급을 만들 경우, 직급단계의 수는 기업의 특성과 전략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직급별 호칭을 굳이 부여할 이유가 없다. 역량을 근거로 하는 경우, 선임, 책임, 수석 등의 역량단계를 나타내는 호칭이 적합하다. ‘사-대-과-차-부’는 직무평가나 역량평가의 대응호칭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셋째, 혁신과 빠른 시장대응을 위해 글로벌 혁신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앞 다퉈 수평적 조직구조로의 전환,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에 열중하고 있다. 이미 팀제로 전환한 기업들이 굳이 팀장과 팀원이라는 명확한 2단계의 위계 외에, 직책과 직급과도 연계가 분명치 않은 대리, 과장, 차장과 같은 위계를 팀 내에 두는 것은 ‘신속한 의사결정 및 실행’ ‘팀원 각자의 전문성에 근거한 협업’ 이라는 팀의 근본 취지와 장점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더구나 여전히 한국 기업에서 직급이란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사다리다. 다단계 직급체계가 존재하는 경우 당연히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책임은 분산되거나 불분명해지기 십상이다. 리더가 아래 직원 탓을 하거나, 직원들이 위계 사다리 상사 중의 누군가 한 명 탓을 하는 현상이 다반사다. 더구나 의사결정의 사다리를 오르고 내리다 보면, 원래 “아”라고 했던 것이 마지막 전달지점에서 “어”로 뒤바뀌어 있는 일이 허다하다. 따라서 굳이 영위하는 업종이나 기능이 군대와 같은 엄격한 명령체계가 곧 경쟁력이자 필수요소인 경우가 아니라면 작금의 경영환경, 더구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빠르고 스마트한, 이른바 애자일한 의사결정, 외부와의 자유로운 협업이 핵심성공 요인인 4차 산업 환경에서 굳이 다단계의, 더구나 실제 존재하는 조직단계와도 일치하지않은 직급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 측면에선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업종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글로벌 혁신기업들의 경우 수평적 네트워크형 조직과 적극적 권한위임을 통해 직급이 없어도 조직이 훌륭하게 운영되는 사례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왜 직급체계 개편을 실패하나

국내 일부 기업은 ‘사-대-과-차-부’ 폐지 후, 다시 구성원들이 불편해하고 외부 고객응대에 체면이 서지 않는다며 다시 회귀하는 사례도 있다. 이는 새롭게 도입한 직급체계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변화관리의 문제이다. 솔직히 그런 기업들이 지속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도를 도입하고도 다시 과거로 회귀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다음의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무늬만 팀제인 대팀제 고수

팀제는 팀제이나 무늬만 팀제인 대팀제를 고수하는 경우다. 대팀제를 고수하다 보니, 팀 안에 자연스럽게 연공이나 위계가 유지된다. 또한 팀이라 하면, 당연히 특정한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데, 대부분 운영팀만 존재하다 보니,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역시 그 안에 실제 일과 관련 없는 위계와 연공이 유지된다. 위계와 연공이 유지되고, 관행대로 의사결 정과 보고방식이 유지된다면, 아무리 백날 조직구조를 수평화하고 이에 맞춰 직급단계를 축소했더라도 정착이 어렵다. 이미 혁신기업들이 증명한 바, 지금은 주제와 이슈 중심의 소팀제가 유용한 경영환경이다. 직급의 축소는 그 자 체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혁신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조직단계의 축소를 실행하고, 연공이나 근속보다 일 자체의 특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직무중심의 인사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따라서 조 직구조의 실질적인 축소, 특히 소팀제로의 전환이 전제돼야 직급축소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

동일직급 내 세부직급, 다단계 호칭제도 유지

직원들이 더 오르거나 승진할 단계가 줄어듦에 따라 불만족할 거라 예단하며, 직급을 축소했으면서도 동일 직급 내 세부 직급을 둔다거나, 직급과 일치하지 않는 다단계 호칭 제도를 유지하는 경우다. 당연히 일부 직원들의 경우, 더 높은 호칭이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승진이야 말로 동기부여에 더 효과적이라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 승진이 되어도 하는 업무의 변화가 거의 없거나 보 상의 변화가 거의 없다면, 그것이 동기부여에 효과적일 리는 만무하다. 즉, 팀원에서 팀장으로의 이동, 혹은 더 크거나 중요한 직무나 프로젝트의 수행 등 직위나 직무가치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호칭승진의 경우, 동기부여 에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고, 설사 승진 직후 약간의 효과가 있더라도 그 효과는 금세 사라진다. 더구나, 최근 밀레니얼 세대들은 입사 후 내가 위로 올라갈 곳이 어딘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내가 과연 내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른 전문성과 협업해 더 새롭고 가치 있는 경험을 해가며 역량을 성장해 나갈 것인가, 더 큰 플랫폼 에서 주역으로 활약할 것인가 등에 관심이 많다. 즉,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이전 세대보다 한결 낮다. 따라서 다단계 직급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그리 큰 동기부여 수단도 아니고, 경력개발과도 거의 연관이 없다. 조직단계 축소와 병행해 직급 축소를 하면서, 반드시 기업이 함께 병행해야 하는 것은 경력개발에 대한 새로운 관점, 제도 및 운영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즉, 더 위로 올라가는 것이 경력개발이 아니라, 조직 내 존재하는 다양한 이슈 해결에 내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 내외부의 타인의 전문성과 결합해 지속적으로 공헌하며, 나의 경험 과 전문성을 성장시키는 것이 경력개발이라는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직 내부의 다양한 이슈와 프로젝트를 직원들이 쉽게 인지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내부인력 시장이나 프로젝트 경매 시장 등을 만들어야 한 다. 최근의 발달한 디지털 기술은 내부인력시장의 형성과 활발한 유지에 매우 효과적이라, 과거 실패한 기업들도 다시 시도해 볼 만 하다. 또한 경력개발이 단지 우리 조직 내 수직X수평이라는 협의의 2디멘션이 아니라, 조직을 벗어난 그 업의 생태계 혹은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3디멘션(3D Career Development)의 프레임을 보여 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과거 자동차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자동차 회사 혹은 관련 부품사에서 연관된 경력을 찾았다면, 지금은 자율주행기술 등을 연구하는 각종 ICT 업종에서도 경력을 찾을 수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보다 폭넓은 다양한 경력기회를 보여준다면, 굳이 수직적 직급의 상승, 즉 승진이라는 것에 그리 의존적이지 않기 때문에, 직급축소를 새로운 경력개발 비전과 함께 실행한다면 과거와 달리 빨리 정착이 가능하다.

직무단위의 세밀한 구분 없이 직급 축소

직무단위의 세밀한 구분 없이 직급을 축소한 경우 역시 정착이 어렵다. 직급을 축소한다는 의미는 개개인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개개인별로 보다 명 확한 직무가 부여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두루뭉술한 직무단위를 바탕으로 여러 명이 함께 유사한 일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그 두루뭉술한 직무의 내용보다는 공식적 의사결정 과정에 없는 수직적 단계를 만들어 의사결정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보다 세밀한 직무단위 구분을 통해 가능한 개개인에게 명확한 직무를 부여하면서 직급을 축소해야 효과적이다.

머서코리아 박형철

HR Insight [2019년 5월호 vol.768]